"장애인은 누군가를 높여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바라보며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訪韓)이 있었다. 천주교 신자들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교황의 방문을 열렬히 환호했고 또한 기뻐했다. 교황의 방문은 국민들에게는 단순히 종교지도자의 방문이 아니었다. 치유와 희망을 담은 염원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여객기 포격 등 그간에 좋지 않은 일로 마음이 뒤숭숭했던 터라 국민들은 위안이 필요했다.

그 바람대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따뜻하고 인자한 성품은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찾아가 위로하고 청년들을 위한 연설도 했으며,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명 한 명 머리를 쓰다듬고 입을 맞췄다.

그리고 최대한 허례허식(虛禮虛飾)은 버리고 방문 일정에 꼭 필요한 것으로 마련 해 일정을 소화했다. 섬김과 겸손의 정신이 몸에 밴 것을 알아서일까? 국민들은 교황의 모습을 보며 눈물도 흘렸고 힘을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와 반발이 있던 꽃동네 방문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일 뿐 다른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아무튼 4박 5일의 짧은 일정을 매스컴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느낀 것은 섬김의 실천이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말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섬김이지만 그것을 몸으로 실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교황 자신이 지목하여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 한국이라는 의미는 크고, 또한 이 땅의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떠난 점도 감사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교황이 꽃동네 방문 당시 언론은 이를 앞다퉈 보도했고 따뜻한 면을 부각 시켰지만 중요한 건 그 날 하루가 아니라 장애인 삶의 전반이다.

세상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들 때문에 장애인의 삶은 뒷전이다. 헌데 사실 따지고 보면 장애인도 사람인데 사람이 살아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 어떠한 사건이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을 행하는 것이 시작 아닌가? 장애인의 삶. 그 애씀과 간절함의 순간을 누군가는 알아야 한다.

예컨대 시설에 남고자 하는 사람은 시설에 남되 인격체로서의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고 탈 시설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립할 수 있도록 필요를 채울 수 있는 현실적 도움이 필요 할 것이며 두 가지 경우가 아닌 다른 케이스를 가진 사람 역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늘 하고 있으므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장애인은 누군가를 높여주기 위한 하나의 도구가 아니다. 그저 마음씨 좋은 분의 선행을 알리기 위한 들러리가 아닌 하나의 주체이다. 때문에 필자는 인생의 한 주체로서 열심히 그리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하고 싶다.

일시적인 동정과 연민이 아닌 장애인의 삶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와 관심이 지속될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그 정신이 실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